커뮤니티케어 추진계획의 하나인 노인장기요양시설의 '전문요양실' 설치를 두고 각종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돌봄'이 주가 되는 요양시설에 간호사와 촉탁의를 두어 '전문요양실'을 설치한다는 데 대한 요양병원계의 우려와 더불어, 현실에 맞지 않는 시범사업 내용으로 간호계의 뭇매를 맞으며 일각에서는 정부가 마음만 급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반응마저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노인 커뮤니티케어' 계획안을 통해 장기요양시설에 전문요양실을 설치·운영해 퇴원 노인 등에게 간호·재가복귀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부터 사업비 25억 원을 책정하며 20개 요양시설에 간호인력과 촉탁의를 투입하여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요양시설에 간호처치가 필요한 노인들이 많음에도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간호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잦은 병원방문, 불필요한 병원 장기입원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업의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요양병원계는 '간호처치'가 필요한 요양시설의 이용자들이, 요양시설에 머물러야 하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 A씨는 "커뮤니티케어는 '탈시설, 탈병원'을 표방하고 있는데, 이 대상은 시설과 의료기관에서 입원을 통한 의료적 처치 및 돌봄이 필요 없는 이들이다.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이들은 '환자'로서 반드시 의료기관 입원을 통해 충분한 의료적 처치를 받고 퇴원 하여 지역사회로 돌아가야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요양시설과 요양병원 이용자가 혼재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요양시설은 '돌봄 서비스'를 요양병원은 엄연한 의료기관으로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장기요양등급의 모호함으로 현실에서 두 기관의 입소자 간 의료적 요구상태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이런 상황에서, 시설에서 간호처치가 필요한 이들은 요양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환자'이다. 그런데 이들을 위해 별도의 예산을 들여 전문요양실을 만든다는 것은 재원 낭비다.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며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요양병원을 두고, 돌봄을 주로 제공하는 시설에 굳이 전문요양실을 두겠다는 것은 요양병원을 무시하는 처사이다"라며 격분하며, "먼저 요양시설과 요양병원 이용자에 대한 적절한 분류와 두 기관의 역할 재정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요양병원계의 지적 속에 지난 24일에는 대한간호협회가 공단의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모델이 전문적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사 배치 수준 및 처우가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했다.
간호협회는 "현재 간호사 인건비 수준은 3,800만원이고 복지부 시행사업인 '만성질환 통합 관리 시범사업'(초임)간호사 인건비는 3,500만원"이라면서 "전문요양실 근무 간호사의 자격기준(2년 이상 경력)과 24시간 3교대라는 근무조건을 고려한다면 간호인력 인건비로 제시한 월 230만 9천 원(야간수당별도)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수준"이라며 "현실적인 간호 인건비가 반영되지 않으면 실패한다"고 우려했다.
간호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커뮤니티케어 성공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충분한 사업 검토 및 예산 확보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라며, "한정된 예산에서 사업을 추진하면서 간호사의 희생을 요구하는데, 이 같은 방식으로는 사업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19 메디파나뉴스
